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담아온자료

[앵커브리핑] 시간을 달리는 소녀



함께 공유하고 싶어, 담아옵니다.
미안하고 미안하고 미안함 뿐입니다. 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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JTBC 뉴스룸 앵커브리핑입니다. 

1972년. 베트남의 소녀 킴 푹은 무작정 달렸습니다.
미군의 네이팜탄 폭격. 반경 30미터를 온통 불바다로 만드는 위력에. 여덟 살 소녀는 '뜨거워'를 외치며 
무작정 달렸습니다.
알몸으로 울부짖는 소녀의 사진은 전 세계에 반전운동을 확산시키는 계기가 됐습니다.
온 몸에 화상을 입은 그 참담했던 기억을 잊고 싶었던 소녀. 그러나 그럴 수 없었습니다.
재단을 만들고, 평화운동을 진행하고… 전쟁의 참혹함을, 더 많은 이들에게 알려야 했기 때문입니다.
두 아이의 엄마가 된 지금. 소녀는 '행복하다'라고 말했습니다.

그리고… 그때 그 일을 평생 잊고 싶었지만 반드시 기억해야 하는… 또 다른 소녀들이 있습니다. 

아버지의 빈 지게에 올라타고 집으로 돌아오던 소녀. 부정이 깃들지 말라는 의미로 어머니가 달아준 
괴불 노리개.
20만 명의 소녀가 어디론가 끌려갔지만 돌아온 소녀는 단 238명뿐… 이제는 그중에서도 마흔 네 명만이 
살아남았습니다. 

현실은 녹록지가 않습니다. 단돈 10억 엔과 맞바꿔진 그들의 존엄. 소녀상을 철거하지 않으면 
그 돈 10억 엔도 줘선 안 된다는 망발이 버젓이 횡행하던 추운 겨울…

인권위는 방한텐트 하나 없이 버티는 소녀상 지킴이를 외면했고 초등학교 교과서에선 위안부라는 
용어와 사진이 사라졌습니다.

"나를 잊으셨나요?" 

도시 한복판에 새겨진 한 위안부 할머니의 이야기처럼 우리는 그저 영화 한편 보는 걸로 스스로를 
위안하며 이 불가역적 퇴행을 지켜만 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. 

까치발을 하고 있는 소녀상은 '환향'. 고향에 돌아왔어도 편안히 쉬지 못하는… 주눅 든 소녀의 마음을 
의미합니다.

언젠가 이 소녀들 역시 베트남의 그 소녀처럼 '행복하다' 이렇게 말할 수 있을까요?

불가역이라 주장하는 그들을 향해 시간을 거꾸로 달려야 하는 소녀들…

그리고 이미 쓰여진 가슴 아픈 역사를 바꿀 순 없겠지만 앞으로의 역사를 써 나가야 하는 것은 3.1절. 
오늘을 사는 우리의 몫임을… 생각합니다.

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.


< 출처 : http://news.jtbc.joins.com/html/860/NB11183860.html >